▲ 지난 2일 토요일, 충청북도 충주시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ICM)에서 대한택견회의 제24회 천하택견명인전이 개최되었다.  © 권석무 기자

체급 불문 2023년도 택견의 최강자가 가려졌다.

대한택견회(회장 이일재, KTF)의 ‘제24회 천하택견명인전(이하, 명인전)’이 2일 토요일 충청북도 충주시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이하, ICM)에서 개최되었다.

체급 구분 없이 남자 16강, 여자 4강으로 총 20명의 택견 고수들이 격돌한 이번 명인전은 여자 명인에 박서진(17), 남자 천하명인에 박진영(21)이 오르며 마무리되었다. 

▲ (왼쪽) 남자 천하명인 박진영(21), (오른쪽) 여자 명인 박서진(17)이 우승 트로피와 상패를 수상했다.  © 권석무 기자

특히 이번 명인전은 대한택견회 주최 및 주관의 단독 택견대회로써는 충주에서 사실상 처음 개최되는 행사였다. 충주시 소재의 한국택견협회(총재 문대식)이 같은 장소에서 여러 차례 택견대회를 개최해왔으나,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 정회원 단체로써 전국체전 종목 주관 단체인 대한택견회의 대회가 개최되었다는 점은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이번 명인전은 이제껏 유네스코 ICM에서 개최되어왔던 택견대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왕중왕전 성격의 명인전, 이른바 그랑프리(Grand Prix)와 같은 대회명에 걸맞게 단일 경기장에 집중하여 진정한 명인(챔피언)에 관중의 이목이 집중되도록 신경 쓴 모양이다.

▲ 이일재 대한택견회장이 지난 2일 토요일 개최된 '제24회 천하택견명인전'의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 권석무 기자

이제까지 충주시 소재 택견단체들이 독자적으로 주최 및 주관한 택견대회는 명칭을 세계대회 등으로 거창하게 내세웠으나 사실상 구색맞추기에 불과했다는 무예계 관계자들의 자조 섞인 평가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라는 금번 명인전 슬로건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슬로건이 쓰인 데에는 금번 대회가 충주에서 개최된 이유와도 같아 보인다.

각 체급의 최고수들이 격돌해 왕중와 명인을 가려낸다는 대회 내(內)의 성격을 담고 있지만, 택견단체들 간의 갈등을 의식한 대회 외(外)의 관점에서 대한택견회과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3

지난 4월부터 대한택견회는 「택견진흥법」의 발의요청 및 준비과정을 거쳐 7월에 국회 발의를 진행했다. 대한택견회는 전통무예 택견의 항구적 발전과 미래 택견 세대의 교육 및 육성을 위해 ▲「태권도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전통무예진흥법」 ▲「씨름진흥법」 ▲「바둑진흥법」 등과 같이 택견만의 진흥법안 제정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었다.

특히 택견과 같이 우리 민속문화 범주에 포함된 전통무예 씨름 또한 지난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201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에 앞서 2012년에 「씨름진흥법」을 제정했다는 사실이 「택견진흥법」 발의 및 제정 타당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택견은 지난 1983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나, 현재까지도 진흥법안을 제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택견협회를 비롯한 택견보존회(회장 정경화)와 같은 충주 소재 택견단체들은 진흥법안 제정을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단체의 입장 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한체육회 정가맹 단체로써 전국체전 정식종목 채택까지 이뤄낸 대한택견회는 스포츠 경기단체로써 택견의 스포츠화 기반 확립과 더불어 지도자 육성 및 국내외 보급 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택견의 세계화, 즉 올림픽 정식종목 진출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택견회의 이러한 법안 제정 당위성은 당연한 논리적 서사에 따른 타당함을 지니고 있으나, 충주 소재 택견단체들의 입장은 궤를 달리하고 있다.

▲ 대한택견회 임원진 및 관계자들이 용인대학교 택견시범단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권석무 기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택견의 원형보존 및 올바른 계승 차원에서 택견의 경기화 및 올림픽 진출을 위한 세계화 등은 오히려 택견을 훼손시키는 행위라는 이유와 법적 차원의 택견 지도자 인정 자격이 국민체육진흥법에서 규정하는 체육 지도자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반대 논리로 인해 진흥법안은 지난 7월 이후로 여의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택견회 관계자에 따르면, "그저 대립각을 세우며 소모적인 갈등을 조장하고픈 마음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공개토론회, 상호간 기자회견 등 다양한 형태로 양 단체의 이견을 대화로 좁혀나가자."는 입장이다. 금번 명인전 또한 최대한 접점을 만들어 양 단체의 대화 물꼬를 틀기 위함이었다는 후문도 있다.

우리 문화유산이자 전통무예 택견의 발전을 위한 방향성과 의견은 사람에 따라, 단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택견을 대표할 만큼의 공익성을 가진 대표단체 간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발생했다면, 그를 좁히기 위한 열린 대화의 마음새는 의견 차이와는 별개로 항시 갖춰야 하는 것이 아닐지 곱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