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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武評] NEXT 태권도는 언제? 제살 파먹는 씨름·택견

세계화 및 저변확대 성공시킬 차세대 K-스포츠, 즉 NEXT 태권도에 대한 열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석무 기자 | 기사입력 2023/11/18 [16:55]

[武評] NEXT 태권도는 언제? 제살 파먹는 씨름·택견

세계화 및 저변확대 성공시킬 차세대 K-스포츠, 즉 NEXT 태권도에 대한 열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석무 기자 | 입력 : 2023/11/18 [16:55]

▲ 차세대 K-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는 씨름·택견이 자중지란으로 세계화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권석무 기자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스포츠 종목 가운데 성공적인 세계화 및 저변확대를 이룩한 종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난 15일은 국기(國技) 태권도에 있어서 매우 의미 깊은 날이었다. 40개에 달하는 동·하계 올림픽 정식종목 가운데 태권도가 10번째로 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 토마스 바흐. IOC)의 올림픽 수도라고 불리는 스위스 로잔 올림픽박물관에 동상 설치하고 제막식을 개최했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이후로 2028 LA 올림픽까지 한 차례도 빠짐 없이 올림픽 핵심종목 지위 유지에 성공하면서 ‘스포츠 태권도’의 세계화를 이룩했다는 평가다. 즉, 태권도의 올림픽 굳히기가 성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듯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태권도가 세계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지난 과거에서 찾아본다면 대략 다섯 가지 꼭지를 짚어볼 수 있다. 

 

▲세계연맹 설립(1973) ▲국제대회·국제기구 적극 참여(1975)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2000) ▲해외지도자 파견 사업(1968) ▲태권도법 제정(2007) 등

 

▲ 태권도 동상이 올림픽박물관에 세워졌다. [제공= 세계태권도연맹(WT)]     ©권석무 기자

 

지난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설립되고 같은 해에 ‘제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면서 태권도의 세계화 의지를 본격화했다. 이후 각종 국제기구와 국제종합경기대회(Multi-Games) 접촉 및 진출 또한 태권도의 세계화가 탄력을 얻게 된 계기였다. 1975년에 세계태권도연맹의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현 스포츠어코드) 가맹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시범종목 채택 이후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성공에 이르기까지 태권도의 세계화라는 일련의 과정에는 1968년 정식으로 시작된 정부 파견 태권도 지도자 사업이 밑바탕되었다.

 

전 세계 각국에서 맨주먹으로 태권도 보급을 일궈낸 해외 태권도 지도자들의 역사가 없었다면 태권도의 올림픽 진출도 단순한 꿈에 불과했으리라. 이후 국기 태권도의 지속적인 개발과 발전을 위해 2007년에는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 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정부 차원의 각종 태권도 지원 정책이 지속적으로 제공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태권도계에서도 선결해야 할 문제점과 모순적 악순환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흘러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를 이룩한 이후에 문제해결과 세계화를 향한 첫 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문제에 뒤엉킨 것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현재 정부와 스포츠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태권도와 같은 성공적 세계화를 이룰 차세대 K-스포츠, 즉 ‘NEXT 태권도’로 과연 어떤 종목이 적절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 많은 모양이다.

 

지난 2008년에 제정된 〈전통무예진흥법〉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전통무예라고 주장하는 여러 종목들 가운데 가장 적합한 것으로 우선 추려지는 종목에는 ▲씨름 ▲택견 ▲활쏘기 등이 있다.

 

다만, 활쏘기는 이미 세계양궁연맹(회장 우구르 에르데너, WA)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써 국제스포츠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활(Archery)’의 문화적 특성상 전 세계 각국에 다양한 전통 활쏘기 문화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활쏘기를 개별 스포츠 종목으로 키워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이에 우리의 활쏘기는 스포츠 종목으로의 세계화보다는 문화 분야에서 무극(武劇), 시범, 영화 및 드라마 등의 다양한 K-콘텐츠 활성화 방안을 고려해봄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씨름과 택견은 다르다. 두 종목은 태권도와 같은 세계적 스포츠로 거듭날 잠재력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환경과 같은 재반적 요인들은 1973년 당시 태권도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쾌적하다. 씨름과 택견은 이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각자 2018년, 2011년에 등재되었고, 씨름의 경우 〈씨름진흥법〉이 2012년에 제정되어 태권도와 같은 정부의 지원 정책을 제공받고 있다.

 

씨름과 택견이 의지를 가지고 세계화를 추진하게 된다면,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까지의 로드맵은 이미 어느정도 그려지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두 종목 모두 각자의 이유로 세계화를 추진하지 못하거나 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씨름은 지난 2008년 민간단체로 세계씨름연맹(WSF)을 설립하여 세계씨름선수권대회 및 아시아씨름선수권대회를 개최해왔으나, 현재 대한씨름협회가 빠진 세계씨름연맹(WSF)은 유명무실한 단체가 되었다. 

 

▲ 2023년도 대한씨름협회 대회개최 계획안  © 권석무 기자

 

 

실제로 지난 10월 16일에 대한씨름협회(회장 황경수)에서 발표한 2023년도 대회개최 계획안을 살펴보면 연간 26차례의 전국 규모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나, 국제대회와 관련한 내용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1건만 기입되어 있다.

 

과거 세계씨름연맹(WSF)이 씨름을 2019 동남아시아경기대회(SEA Games)와 2020 아시안비치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해진 현실임을 알 수 있다.

 

다수의 씨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한씨름협회 주도로 추진되는 씨름 세계화에 이렇게 제동이 걸리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대한씨름협회인  현실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대한씨름협회장과 집행부 성향에 따라 세계화에 의지가 없는 집행부가 집권하면 해당 사업이 전면 중단된다. 둘째, 씨름과 유사한 형태의 전 세계 각국의 전통 레슬링 종목 선수들이 세계씨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면서 의외로 종주국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택견의 상황은 더욱 웃지 못할 상황이다. 대한택견회(회장 이일재)는 택견의 세계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대한태견회의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연간계획안 등을 살펴보면 국문과 영문을 모두 게시했을 만큼 택견 세계화에 진심인 모양이다.

 

특히, 지난 2022 온라인 세계무예마스터십에서 대한택견회의 공식 인가를 받지 않았음에도 인도 선수들이 택견 경기에 참가하면서 대한택견회 또한 이들에 대한 지원과 공식 인가를 계기로 국제연맹(IF) 설립과 해외 보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2023년도 대한택견회 연간계획안(영문)  © 권석무 기자

 

하지만 택견은 태권도, 씨름과는 다르게 현재까지도 〈택견진흥법〉이 제정되지 못했다. 택견이 1973년도의 태권도와 같이 국제연맹(IF)을 설립하고, 해외 지도자 파견과 그를 위한 국내 지도자 양성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택견진흥법〉의 제정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대한택견회는 지난 4월부터 관련 법안 발의요청 및 준비과정을 거쳐 7월에 국회 발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한국택견협회(문대식 총재)와 택견보존회(회장 정경화) 등의 반발로 법률 제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말그대로 택견은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이유로 세계화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세계화를 향한 첫 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문제에 뒤엉킨 상황이라 할만 한다.

 

기반 환경을 모두 갖췄으나 의지를 갖지 않고 있는 씨름. 의지는 가졌으나 택견인 내부에서의 방해공작으로 기반 환경 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택견. 하루 빨리 의지와 기반 환경을 모두 갖춰 차세대 K-스포츠로 나란히 세계화를 이루길 한 사람의 무예인으로서 진심으로 바라게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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